지난주 휴가 때 상하이에 방문하였다. 상하이에 아는 카페라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뿐이었기 때문에 숙소 주변으로 카페를 검색해 보다가 3월 30일 몇몇 카페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먼저 중국의 매장 리뷰 앱에서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제치고 인기순위 1위를 한 매장이라고 하는 OPS에 찾아가 봤다. 핫하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핫할 줄은 몰랐다. 매장이 협소하고 좌석 없이 테이크아웃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왜인지 회전율이 매우 느렸다.
웨이팅을 하는 동안 직원 한 분이 나와서 더워진 날씨에 지쳐있는 손님들을 위해 얼음 물을 따라주며 주문을 미리 받아주었다. 메뉴는 총 5개이며 가격은 주로 55위안(약 만원 정도). 1번과 2번엔 술이 들어갔고 4번은 콜드브루가 들어가서, 술이 들어가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만든 메뉴인 3번과 5번으로 주문. 검색해 보니 OPS의 메뉴는 계절마다 완전히 새롭게 바뀌는데, 3개월마다 새로운 창작메뉴들을 만들어가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매장이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고 매장에 들어서자 회전율이 느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리스타 분들이 손님 바로 앞에서 메뉴를 설명해 주면서 제조하고 있었다. 내가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았는지 중국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정확히는 못 알아들었지만 눈앞에서 제조과정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모든 메뉴의 제조가 끝나면 계란 판 같은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아서 건내주는데, 많은 손님들이 음료를 매장간판 앞에 들고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메뉴 제조에 사용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산레모YOU.
두 개의 메뉴를 시켰는데, 첫 번째는 카투론 펀치. 카투라의 변종인 카투론 품종의 커피를 사용했다고 한다. 블러드 오렌지주스, 베르가못 차, 코코넛밀크가 섞인 베이스와 에스프레소를 혼합한 뒤 코코넛 가루로 마무리. 베이스는 채에 걸러 투명하고 요구르트 같은 촉감을 가졌다. 카카오 맛이 나는 커피와 깊고 은은한 차의 향, 과일의 향이 먼저 느껴지고 코코넛의 달콤함으로 마무리되는 복합적인 느낌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여름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코코넛을 사용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사실 순식간에 사라져버려서 양이 적은 게 너무 아쉬웠다.
두 번째 메뉴는 패딩턴. 무산소 발효된 에티오피아 내츄럴 커피를 사용했다. 씨솔트와 캐러멜, 시나몬이 들어간(아마도) 따듯한 우유 위에 초콜렛을 눈앞에서 갈아올려 마무리. 생각보다 달 지는 않았고 살짝 들어간 소금이 커피향과 코코넛 향을 은은하게 살려주었지만 그냥 핫초코를 먹는 느낌이었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번 메뉴는 겨울에 어울리는 메뉴였다(또한 영화 패딩턴의 곰돌이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메뉴가 더 맛있고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졌다.
나갈 때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상하이에서도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가 굉장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과 창작 음료들을 보며 생각의 틀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매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17년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매장이었다. 항상 신선한 영감을 주는 새로운 시즌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덕분에 사람들이 항상 찾게 되는 것일까? 커피를 좋아하든 아니든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다면 상하이의 OPS에 방문해 보길 권해본다.
Ops cafe
주소: 上海市 徐汇区 太原路 177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