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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카페투어 2편-먼스커피

WOC(월드오브커피)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부산에서 가는 곳마다 외국인이 참 많았다. 핫한 전포동의 스트럿커피도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비가 많이 오는데도 매장 안에 손님(특히 외국인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스트럿은 다음 기회에 방문해 보는 걸로 하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는 근처에 있는 먼스커피바(Month Coffee Bar). 2022년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문헌관 대표님의 먼스커피바는 사실 부산에 방문한다면 가장 가보고 싶던 카페였다(양정동에는 먼스커피의 로스터리 공장이 있고 먼스커피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먼스커피바 라는 이름으로 전포동에 위치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비탈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자리를 확인해 보기 위해 매장 입구 바로 옆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가 봤다. 2층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일반적인 느낌이었고 자리가 만석이어서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매장에 들어서니 손님들이 바리스타를 중심으로 앞뒤로 마주 보며 앉아있을 수 있는 형태의 거대한 바(Bar)를 볼 수 있었다. 왜 매장 이름이 먼스커피바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주문을 하였고, 커피는 이달의 커피 인 ‘콜롬비아 히든 셀렉션 그린 애플파이’와 ‘애프리콧 라떼’로 주문했다. 바에 앉으니 바로 옆 넓은 창문으로 고즈넉한 전포동을 바라볼 수 있었고 바가 매우 넓어서 개방감이 느껴졌다. 먼스커피에서는 매 달(Month) 가장 맛있는 새로운 커피를 이달의 커피로 제공하고 있으며 주문 시 바리스타가 손님이 앉아계신 곳 바로 앞으로 오셔서 설명과 함께 커피를 내려주신다.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은 후 그린 애플파이를 마셨는데 정말 청사과의 향이 진한 커피였고, 무산소 발효된 커피였지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 같은 커피였다. 처음 마실 때는 청사과나 샤인머스캣 같은 초록색이 연상되는 느낌이 강하지만 뒤에서 단맛과 허브의 향이 느껴지는 날씨와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피였다. 애프리콧 라떼는 아이스라떼에 크림과 살구가 올라가있었다. 평소에 크림이 올라가는 메뉴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핵과류와 꽃의 향들이 풍부하게 나는 적당히 달고 진한 라떼여서 너무 맛있게 먹었고 다음에 왔을 때 또 먹고 싶은 메뉴였다.

손님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 언더 카운터 형 머신인 비다스테크의 모아이 에스프레소 스테이션을 사용하고 있었고, 물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브리타 워터 스테이션부터 이번 WBC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던 오토콤브를 비롯한 다양한 도구들이 있어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든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많은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시면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프로페셔널한 바리스타분들과 대표님의 모습이었다. 바(Bar)라는 공간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편한 분위기와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또 하나 알게 되어서 행복했고, 다음부터 부산에 온다면 빠지지 않고 들리게 될 것 같다.

먼스커피바
주소: 부산 부산진구 동성로87번길 5 1층
영업시간: 평일 오전 11시~ 오후 7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8시(화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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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카페투어 1편-블랙업커피

지지난 주 주말 WOC(월드오브커피) 방문차 부산에 다녀왔다. 글로벌 커피박람회인 WOC가 아시아 최초로 부산에서 열린 만큼 부산은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성장했다. 때문에 부산에 가면 여러 카페를 다녀오는데, 항상 방문하는 카페 중에 하나가 블랙업(Black Up)커피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인 블랙업은 10년 넘게 스페셜티커피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고, 지속적인 개발을 하고 세미나를 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생산하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부산에 놀러 가면 보통 서면을 자주 가기 때문에 본점인 서면점을 항상 방문하게 된다.

블랙업커피의 대표 메뉴인 해수염커피도 너무 추천하는 커피이지만, 서면점에 갔다면 시즌마다 바뀌는 시그니처 바(Signature Bar) 메뉴를 주문하는 걸 무조건 추천한다. 메뉴판에는 시그니처 바라는 메뉴 항목이 있고 시즌마다 바뀌는 최고급 스페셜티 싱글오리진과 이고 블렌드, 이고 시그니처가 있다. 5월 5일 방문했을 땐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와 NO.18 이고 블렌드를 주문할 수 있었다. 시그니처 바 메뉴를 주문하면 매장 한쪽에 있는 바에서 바리스타에게 직접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NO.18이라는 얘기는 18번째로 소개하는 블랙업커피의 이고(Ego)블렌드라는 의미이고 이번 블렌드의 이름은 ‘플로레스’이다. 이번에 WBC(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에 출전하는 페루 국가대표가 이 커피를 마시고 흰 꽃이 연상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항상 좋은 생두들을 고르고 엄선된 재료 안에 바리스타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녹여낸 메뉴를 만들어서 ‘바(Bar)’라는 공간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을 하는 것이 블랙업커피가 추구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자아’를 뜻하는 이고(Ego)라는 단어로 이름을 지은 것 같다.

이고 플로레스 필터와 이고 블렌드를 이용한 시그니처 메뉴 이렇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바리스타께서 메뉴를 만들 때 불러주신다. 바에 4개 정도 준비된 의자에 앉아있으면 눈앞에서 메뉴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고 플로레스는 페루 게이샤 2종이 블렌딩되어 정말 흰 꽃이 연상될 만큼 플로럴 하면서도 깨끗하고 동시에 오렌지향이 많이 느껴지는 커피였다. 날씨가 한동안 추웠다가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한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커피였다. 따뜻하게 먹든 아이스로 먹든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커피였다.

이고 시그니처는 플로레스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오렌지주스와 혼합하여 만든 메뉴였다. 커피와 주스를 섞어서 먹으니 커피에서 느껴지는 오렌지와 오렌지주스의 향이 합쳐지며 진하고 달달한 오렌지향이 느껴졌고, 감귤초콜렛을 먹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베이스가 주스이다 보니 바디감도 풍부하고 오렌지를 통째로 베어먹는 느낌이었다. 처음 먹을 땐 오렌지와 망고 같은 열대과일의 향의 풍부했지만 입에 머금고 있으면 뒤로 갈수록 베리 느낌의 단맛이 느껴졌고, 다 먹고 난 다음에도 진짜 오렌지를 몇 개 까먹고 난 것처럼 오렌지향이 입에 기분 좋게 오래 남아서 즐거웠다.

블랙업커피 서면점이나 모모스 영도점처럼 고객이 바리스타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며 제조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고, 함께 소통하며 바리스타와 손님이 모두 즐거워지게 만드는 카페를 참 좋아한다. 내가 먹는 이 한 잔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맛까지 있으니 추천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지점이 부산을 중심으로 여러 군데에 있으니 주변에 가실 일이 있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블랙업커피 서면본점
주소: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10번길 41
영업시간: 매일 오전10시~ 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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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카페투어 2편-coffee spot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커피 스팟. 상하이 스타벅스 로스터리와 가까웠기 때문에 스타벅스를 구경 후 걸어서 커피 스팟을 찾아갔다. 한적한 길거리를 걸으며 여기에 핫한 카페가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아파트 단지 같은 곳 옆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람들만 없었으면 아파트 경비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위치와 형태의 매장. 인터넷에 커피 스팟을 검색하면 한국인이 작성한 글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ops도 그랬지만 여기도 손님들 중 외국인이 한 명도 없는 로컬 카페였다. 중국 사람들은 자국의 앱을 통해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오는 듯했다. 매장 내부는 매우 협소하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테이크아웃을 하기보다는 기다렸다가 외부에 마련된 테라스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단 한 잔을 먹는 손님은 거의 없었고 주로 3잔의 커피가 세트로 나오는 메뉴를 즐기고 있었다. 여기는 1인 3잔이 국룰인가 보다.

ops와 마찬가지로 줄 서서 기다리며 메뉴판을 받고 선주문을 했다. 원두의 종류는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 두 가지 종류 중에 선택이 가능했고 원두별로 블랙, 밀크, 시그니처 이렇게 세 메뉴가 있었으며 올인원 세트로 구매할 경우 저렴하게 세 메뉴를 다 즐길 수 있었다. 무산소 발효보다는 워시드를 선택하고 싶어서 콜롬비아 치로소 올인원 세트로 주문했다. 가격은 88위안(한화 약 16,000원). 주문을 받은 직원분께서 (테라스는 만석이지만) 매장 내부에 머신 바로 뒤 좁은 바에 서서 드시면 지금 바로 드실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입장하였다.

위에 있는 사진 속 흰옷을 입은 남성분이 서계신 곳이 이용 가능한 유일한 바 자리이다. 매장 옆면엔 소품샵 느낌의 굿즈들이 있었다. 세 분의 바리스타가 손은 빠르지만 웃고 떠들며 즐거운 분위기로 음료를 제조하고 있었다. 한 분은 머신 앞에서 블랙과 밀크 메뉴 제조, 또 한 분은 시그니처 메뉴 제조, 나머지 한 분은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외국인임을 눈치채신 바리스타 분께서 메뉴를 서빙해 주시면서 영어로 메뉴 설명을 간단하게 해주었다. 커피의 컵노트를 말해주시고 나서, 블랙 밀크 시그니처 순으로 메뉴를 먹으면서 같은 커피이지만 다르게 표현되는 맛을 느껴보라는 얘기를 해주신 거 같다. 시그니처 메뉴 같은 경우엔 음료를 먼저 마신 후 호두를 먹으라고 설명해 주셨다.

사용된 커피는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우라오. 블랙은 허브향이 주로 나며 은은하게 녹차의 향이 났다. 식감 또한 굉장히 마일드하고 녹차를 마시는 것 같은 식감이었다. 뒷맛은 깔끔하고 식후에 먹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맛이었다. 블랙으로 마음을 안정시킨 후 바로 밀크를 마셨더니 달달한 크림치즈의 맛이 훅 들어왔다. 우유의 온도와 비율이 완벽하고 우유만 들어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단맛이 좋아서 꿀떡꿀떡 먹을 수 있는 음료의 느낌이었고 녹차 향은 더욱 깊어졌다.

시그니처 메뉴는 즉석제조가 아니라 미리 만들어놓은 베이스를 얼음에 부어서 제공되었는데, 허브와 차의 향이 강했다. 라벤더 티에 꿀과 커피를 섞은 것 같다. 질감은 실키하고 맛은 새콤달콤하면서도 믹스커피 같아서 너무 재밌었다. 메뉴를 즐기는 순서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앞의 두 메뉴는 입안에 남는 느낌이 깔끔하게 딱 떨어졌지만. 시그니처 메뉴는 맛이 아주 오랫동안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 향이 영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사라져갈 때쯤 호두정과를 먹으니 캬라멜팝콘을 먹은 것 같은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커피의 애프터를 다시 살리면서 지속되었다. ops에서 먹었던 차가운 메뉴와 느낌이 비슷했는데, 차와 커피가 섞인 이런 새콤달콤한 느낌의 커피를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ops보다 훨씬 좋았다.

커피를 먹는 동안 커피 제조과정을 구경하며 인상 깊었던 점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에스프레소를 받을 때 잔 위에 포터필터의 바스켓을 올려놓고 추출을 한다는 점이었다. 추출된 커피에서 큰 입자들을 바스켓의 필터로 걸러서 더 부드러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오토 밀크 스티밍 머신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는데(사진 속 하얀 머신), 너무나도 빠르게 스팀 된 우유가 나오는 굉장히 편리한 머신이었다. 제공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맛도 굉장히 좋았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근처에 다른 카페에서도 같은 오토 스티밍 머신을 본적이 있어서 이 머신이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 바리스타에게 머신의 이름을 물어봤었는데 ‘Link Bar’라고 친절하게 종이에 써서 알려주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직원분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와 입안에 달달한 커피향을 머금고 즐겁게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 위치도 좋고 맛도 좋고 친절하기까지 하니(영어도 잘하고) 상하이에 여행을 간다면 가장 추천하는 카페로 커피 스팟을 꼽을 것이다.

Coffee spot
주소: 上海市静安区北京西路838弄4号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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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카페투어 1편-OPS cafe

지난주 휴가 때 상하이에 방문하였다. 상하이에 아는 카페라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뿐이었기 때문에 숙소 주변으로 카페를 검색해 보다가 3월 30일 몇몇 카페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먼저 중국의 매장 리뷰 앱에서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제치고 인기순위 1위를 한 매장이라고 하는 OPS에 찾아가 봤다. 핫하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핫할 줄은 몰랐다. 매장이 협소하고 좌석 없이 테이크아웃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왜인지 회전율이 매우 느렸다.

웨이팅을 하는 동안 직원 한 분이 나와서 더워진 날씨에 지쳐있는 손님들을 위해 얼음 물을 따라주며 주문을 미리 받아주었다. 메뉴는 총 5개이며 가격은 주로 55위안(약 만원 정도). 1번과 2번엔 술이 들어갔고 4번은 콜드브루가 들어가서, 술이 들어가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만든 메뉴인 3번과 5번으로 주문. 검색해 보니 OPS의 메뉴는 계절마다 완전히 새롭게 바뀌는데, 3개월마다 새로운 창작메뉴들을 만들어가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매장이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고 매장에 들어서자 회전율이 느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리스타 분들이 손님 바로 앞에서 메뉴를 설명해 주면서 제조하고 있었다. 내가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았는지 중국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정확히는 못 알아들었지만 눈앞에서 제조과정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모든 메뉴의 제조가 끝나면 계란 판 같은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아서 건내주는데, 많은 손님들이 음료를 매장간판 앞에 들고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메뉴 제조에 사용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산레모YOU.

두 개의 메뉴를 시켰는데, 첫 번째는 카투론 펀치. 카투라의 변종인 카투론 품종의 커피를 사용했다고 한다. 블러드 오렌지주스, 베르가못 차, 코코넛밀크가 섞인 베이스와 에스프레소를 혼합한 뒤 코코넛 가루로 마무리. 베이스는 채에 걸러 투명하고 요구르트 같은 촉감을 가졌다. 카카오 맛이 나는 커피와 깊고 은은한 차의 향, 과일의 향이 먼저 느껴지고 코코넛의 달콤함으로 마무리되는 복합적인 느낌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여름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코코넛을 사용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사실 순식간에 사라져버려서 양이 적은 게 너무 아쉬웠다.

두 번째 메뉴는 패딩턴. 무산소 발효된 에티오피아 내츄럴 커피를 사용했다. 씨솔트와 캐러멜, 시나몬이 들어간(아마도) 따듯한 우유 위에 초콜렛을 눈앞에서 갈아올려 마무리. 생각보다 달 지는 않았고 살짝 들어간 소금이 커피향과 코코넛 향을 은은하게 살려주었지만 그냥 핫초코를 먹는 느낌이었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번 메뉴는 겨울에 어울리는 메뉴였다(또한 영화 패딩턴의 곰돌이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메뉴가 더 맛있고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졌다.

나갈 때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상하이에서도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가 굉장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과 창작 음료들을 보며 생각의 틀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매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17년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매장이었다. 항상 신선한 영감을 주는 새로운 시즌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덕분에 사람들이 항상 찾게 되는 것일까? 커피를 좋아하든 아니든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다면 상하이의 OPS에 방문해 보길 권해본다.

Ops cafe
주소: 上海市 徐汇区 太原路 177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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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서촌 포 인텔리젠시아

2월 23일, 드디어 인텔리젠시아커피가 한국에 오픈했다.

1995년 시카고에 오픈한 인텔리젠시아는 좋은 생두를 직접거래(DirectTrade)하며 농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생두가 가진 고유한 맛을 살리기 위해 라이트 로스팅과 새로운 방식의 추출법들을 시도하여 새로운 흐름을 만든, 스페셜티커피의 선구자이자 많은 스페셜티 카페들의 롤모델이다. 과거에 찬스브로스나 판교 이스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텔리젠시아의 원두를 이제는 서촌에서 만날 수 있다. 서촌 포 인텔리젠시아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오픈하는 직영점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위상을느낄 수 있었다.

28일 방문했을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앞에 긴 웨이팅이 있었다. 매장 외관을 보는 순간 왜 서촌이라는 지역을 선택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한옥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건물은 한국의 전통적인 미와 세련됨이 공존하며 서촌이라는 지역과 잘 융화되어 있었다. 이전에 한정식집이 있던 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벽을 뚫고 창을 만들어 개방감을 높였으며 벽돌과 처마물받이마저 브랜드의 색과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매장 외부에서 대기 후 입장하면 매장 내부에서 주문을 하기 위한 줄을 다시 서게 된다. 웨이팅을 잘 관리하는 직원분이 계신 덕분에 매장 내부는 사람이 붐비지 않아 쾌적하게 이용 가능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좋았던 것은 천장이었다. 한옥의 지붕에 유리천장을 만듦으로서 자연광이 매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바로 아래에서 커피를 만드는 직원들은 마치 무대위에서 조명을 받고있는 주인공 같았다. 여름에는 일조량이 많아 더울 것 같긴하지만 바리스타분들이 햇빛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고 높은 하늘을 보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아보였다. 이 바리스타의 근무공간이 바로 한옥의 마당이 위치한 자리이기 때문에 바닥에 높이차가 생긴걸 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커피를 먹는공간과 주문을 하는 공간, MD상품진열대를 보는 공간이 분리되어 보여서 좋았다. 분리된 공간 덕분에 MD상품과 원두를 마음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원두는 약320g단위로만 판매하는 것 같았다.

바리스타의 손목을 위한 라마르조꼬 KB90과 자동탬퍼를 사용하고 있었고, 브루잉은 푸어오버의 상징같은 하리오V60 드리퍼, 펠로우EKG, 말코닉EK43그라인더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촌에서만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인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해 사용하는 플레어58이었다. 채널링을 줄이고 균일한 추출을 위해 바늘이 9개정도 달린 WDT툴과 퍽스크린을 사용하고 있었다. 수동 머신인 플레어를 써서 긴 시간동안 굵은 분쇄도의 커피를 낮은 압력으로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 같았고 과거에 6바로 커피를 추출하던 ‘터보 샷’이 연상되었다.

네모난 바 안의 5~6명의 바리스타분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급하지 않게 한잔한잔 정성을 더해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매장이 넓음에도 회전률이 빠르진 않았지만(외부에서 30분 이상 대기 이후 내부에서 커피를 받기까지도 20분 이상 소요되었다) 모든 손님과 모든 커피에 집중하여 맛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긍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주문받는 직원분께 메뉴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굉장히 많은 종류의 원두를 다루고 있음에도 주문이 어렵지 않게 해주었다.

주문한 커피는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5800), 아메리카노(5500), 브루잉(7000, 시즈널 블랜드 ‘Borealis Blend’선택)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둘 다 블랙켓 클래식 원두를 선택했는데, 둘 다 쓴맛이 없고 초콜렛향과 단맛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가 더 진득하고 고농도였지만, 저압으로 추출해서 그런지 산미가 더 강하고 단 향이 풍부했다. 첫맛은 자두같고 먹고 난 후에는 다크초콜렛이 입안에 남아있는 느낌이다. 브루잉은 농도가 묽었지만 역시 과일향과 단 향이 풍부하게 나고 먹기 편해서 꽃차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같이 시킨 초코휘낭시에와 잘어울렸고 식어도 맛있었다. 모든 메뉴가 전체적으로 단맛이 좋으면서 과함이 없어 깔끔하다. 언제나 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커피들이다.

생두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는 서비스와 그 커피의 맛은 높은 만족감을 주었다. 앞으로 매장이 더 늘어나더라도 그 매장이 서촌점 처럼 지역과 잘 융화되면서도 인텔리젠시아의 정체성을 잘 지닌 매장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쯤이 될지 모르겠지만 웨이팅이 좀 짧아져서 자주 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텔리젠시아 커피 서촌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34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