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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카페투어 2편-coffee spot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커피 스팟. 상하이 스타벅스 로스터리와 가까웠기 때문에 스타벅스를 구경 후 걸어서 커피 스팟을 찾아갔다. 한적한 길거리를 걸으며 여기에 핫한 카페가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아파트 단지 같은 곳 옆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람들만 없었으면 아파트 경비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위치와 형태의 매장. 인터넷에 커피 스팟을 검색하면 한국인이 작성한 글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ops도 그랬지만 여기도 손님들 중 외국인이 한 명도 없는 로컬 카페였다. 중국 사람들은 자국의 앱을 통해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오는 듯했다. 매장 내부는 매우 협소하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테이크아웃을 하기보다는 기다렸다가 외부에 마련된 테라스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단 한 잔을 먹는 손님은 거의 없었고 주로 3잔의 커피가 세트로 나오는 메뉴를 즐기고 있었다. 여기는 1인 3잔이 국룰인가 보다.

ops와 마찬가지로 줄 서서 기다리며 메뉴판을 받고 선주문을 했다. 원두의 종류는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 두 가지 종류 중에 선택이 가능했고 원두별로 블랙, 밀크, 시그니처 이렇게 세 메뉴가 있었으며 올인원 세트로 구매할 경우 저렴하게 세 메뉴를 다 즐길 수 있었다. 무산소 발효보다는 워시드를 선택하고 싶어서 콜롬비아 치로소 올인원 세트로 주문했다. 가격은 88위안(한화 약 16,000원). 주문을 받은 직원분께서 (테라스는 만석이지만) 매장 내부에 머신 바로 뒤 좁은 바에 서서 드시면 지금 바로 드실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입장하였다.

위에 있는 사진 속 흰옷을 입은 남성분이 서계신 곳이 이용 가능한 유일한 바 자리이다. 매장 옆면엔 소품샵 느낌의 굿즈들이 있었다. 세 분의 바리스타가 손은 빠르지만 웃고 떠들며 즐거운 분위기로 음료를 제조하고 있었다. 한 분은 머신 앞에서 블랙과 밀크 메뉴 제조, 또 한 분은 시그니처 메뉴 제조, 나머지 한 분은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외국인임을 눈치채신 바리스타 분께서 메뉴를 서빙해 주시면서 영어로 메뉴 설명을 간단하게 해주었다. 커피의 컵노트를 말해주시고 나서, 블랙 밀크 시그니처 순으로 메뉴를 먹으면서 같은 커피이지만 다르게 표현되는 맛을 느껴보라는 얘기를 해주신 거 같다. 시그니처 메뉴 같은 경우엔 음료를 먼저 마신 후 호두를 먹으라고 설명해 주셨다.

사용된 커피는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우라오. 블랙은 허브향이 주로 나며 은은하게 녹차의 향이 났다. 식감 또한 굉장히 마일드하고 녹차를 마시는 것 같은 식감이었다. 뒷맛은 깔끔하고 식후에 먹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맛이었다. 블랙으로 마음을 안정시킨 후 바로 밀크를 마셨더니 달달한 크림치즈의 맛이 훅 들어왔다. 우유의 온도와 비율이 완벽하고 우유만 들어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단맛이 좋아서 꿀떡꿀떡 먹을 수 있는 음료의 느낌이었고 녹차 향은 더욱 깊어졌다.

시그니처 메뉴는 즉석제조가 아니라 미리 만들어놓은 베이스를 얼음에 부어서 제공되었는데, 허브와 차의 향이 강했다. 라벤더 티에 꿀과 커피를 섞은 것 같다. 질감은 실키하고 맛은 새콤달콤하면서도 믹스커피 같아서 너무 재밌었다. 메뉴를 즐기는 순서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앞의 두 메뉴는 입안에 남는 느낌이 깔끔하게 딱 떨어졌지만. 시그니처 메뉴는 맛이 아주 오랫동안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 향이 영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사라져갈 때쯤 호두정과를 먹으니 캬라멜팝콘을 먹은 것 같은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커피의 애프터를 다시 살리면서 지속되었다. ops에서 먹었던 차가운 메뉴와 느낌이 비슷했는데, 차와 커피가 섞인 이런 새콤달콤한 느낌의 커피를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ops보다 훨씬 좋았다.

커피를 먹는 동안 커피 제조과정을 구경하며 인상 깊었던 점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에스프레소를 받을 때 잔 위에 포터필터의 바스켓을 올려놓고 추출을 한다는 점이었다. 추출된 커피에서 큰 입자들을 바스켓의 필터로 걸러서 더 부드러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오토 밀크 스티밍 머신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는데(사진 속 하얀 머신), 너무나도 빠르게 스팀 된 우유가 나오는 굉장히 편리한 머신이었다. 제공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맛도 굉장히 좋았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근처에 다른 카페에서도 같은 오토 스티밍 머신을 본적이 있어서 이 머신이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 바리스타에게 머신의 이름을 물어봤었는데 ‘Link Bar’라고 친절하게 종이에 써서 알려주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직원분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와 입안에 달달한 커피향을 머금고 즐겁게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 위치도 좋고 맛도 좋고 친절하기까지 하니(영어도 잘하고) 상하이에 여행을 간다면 가장 추천하는 카페로 커피 스팟을 꼽을 것이다.

Coffee spot
주소: 上海市静安区北京西路838弄4号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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