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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와 카페인

커피 얘기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카페인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카페인 때문에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디카페인을 찾으시는 손님분들도 적지 않은데,(디카페인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디카페인 커피도 카페인이 적을 뿐이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잠이 안 오는 이유는 뭘까? 우리 몸에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지속적으로 생성되는데, 이 물질이 몸 안에 쌓일수록 수면욕이 증가하게 된다. 활동 중 아데노신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수면욕이 커져서 잠을 자야만 하는 상태가 오게 되는 것이다. 카페인은 뇌에서 아데노신이 결합하는 수용체에 아데노신 대신 결합하여 아데노신을 차단하게 된다. 몸이 카페인을 아데노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데, 몸 안에 아데노신은 쌓여가고 있지만 수면욕은 증가하지 않게 되면서 잠이 깬다고 느끼는 것이다. 카페인의 효력이 사라지게 되면 쌓였던 아데노신이 한 번에 밀려오게 되면서 더욱 피곤한 상태가 돼버린다. 때문에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했다간 하루의 루틴이 깨지면서 악순환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카페인은 섭취 후 30분이 지나야 효과가 크게 나타나며 몸에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남아있게 되는데, 보통 카페인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5~7시간으로 본다. 저녁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자려고 누워도 카페인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잠이 잘 안 오게 된다. 물론 이 반감기는 사람마다 달라서 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자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커피라고 해도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 다양한데,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에스프레소는 카페인이 가장 적게 들어있는 커피 추출방식이다. 추출 과정에서 카페인이 잘 녹게 되는 조건은 물 온도와 추출 시간, 압력 등 다양하다. 에스프레소는 약 30초의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오히려 핸드드립이나 더치커피보다 카페인이 적게 녹아나게 된다.

그러면 커피의 로스팅 정도(배전도)에 따라 카페인이 어떻게 달라질까? 카페인은 생두가 가지고 있던 본연의 성분 중 하나로, 내열성이 강하기 때문에 로스팅 과정 중에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강배전 커피라고 해서 카페인이 많거나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커피를 얼마나 사용하여 음료를 만드냐는 것이다. 배전도가 낮은 커피를 사용하여 에스프레소를 내릴수록 커피를 많이 담게 되고 가늘게 분쇄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어찌 보면 배전도가 낮은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일수록 카페인이 많이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리사르같은 경우, 커피를 적게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레시피를 따르고 있다 보니 한 잔에 들어가는 카페인도 적은 편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약 7g의 커피가 사용되는데 반해 요즘은 아메리카노 한 잔에 20g 이상의 커피가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졌으니 어찌 보면 에스프레소 3잔은 마셔야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다른 방식보다 커피가 적게 사용되는 것이 이탈리아 사람들이 매일 여러 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셔도 괜찮은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의 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비교했을 때, 아라비카의 카페인(1~1.7%)보다 로부스타의 카페인(약 2.7%) 함량이 훨씬 높다. 에스프레소의 카페인 함량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그람 당 10~14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로스팅 시의 무게 손실과 추출 수율을 고려), 이때 7g의 아라비카로 에스프레소를 내렸다고 한다면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은 많아도 100mg 이하일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카페인의 성인 하루 권장량은 400mg 이하라고 한다. 카페인이 커피에만 들어있지는 않기 때문에 커피 4잔을 마셔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찌 됐든 과도한 카페인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건강에 좋지 않으니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다. 그러니 하루에 한 잔을 마시더라도 그 한 잔에 더욱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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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 에스프레소 컨트롤 차트

리사르에 교육을 맡게 된 지도 약 4개월이 지났다. 작년 12월 오픈한 종로점 포함 매장이 네 개가 되면서, 그동안 가장 신경 써온 점은 매장 간 에스프레소 맛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매장 간의 맛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직원분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QC를 진행해 왔는데, 보다 정확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위해 각 매장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정량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볼 필요성이 생겼다. 커피를 추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론은 추출 수율과 TDS인데, 며칠간 매장 점검을 하면서 리사르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프레소의 수율과 TDS를 측정해 보고 결과를 차트로 작성해 봤다.

우선 수율과 TDS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보자면, 수율은 사용한 원두에서 성분을 얼마나 추출해 냈는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수율이 낮으면 커피는 묽고 신맛이 많이 날 수 있고 반대로 수율이 너무 높다면 커피에서 쓴맛이나 떫은맛 같은 부정적인 맛들이 날 확률이 높다. 그래서 SCA에서 만들었던 ‘브루잉 컨트롤 차트’자료를 보면 적정 수율이 20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사용한 원두에서 추출수를 통해 20퍼센트 정도의 성분만 추출해 낸다면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얘기이다.

TDS(Total Dissolved Solid)란 액체 속에 녹아있는 고형분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농도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TDS 측정기를 통해 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측정에 사용한 도구는 ‘디플루이드 R2 Extract’이다. 커피의 재료는 원두와 물뿐이므로 (물속에도 고형분이 녹아 있기 때문에) 사용된 추출수로 영점을 잡고 측정기로 측정을 하면 커피 안에 녹아있는 커피 성분들의 비율을 알 수 있다.

사용된 원두량(g)에 수율(%)을 곱하면 커피 안에 녹아있는 성분의 양(g)이 나오고, 이는 전체 커피 양(g)에 TDS(%)를 곱한 값과 같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수식이 나온다. 사용 한 커피의 양(도징량)과 추출된 커피의 무게와 TDS를 알면 수율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리사르에서는 약 7g의 원두를 사용하여 20g의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레시피를 사용하고 있다. 적정 범위의 추출량과 적정 시간(30초 내외)으로 추출된 평가 기준을 통과하는 커피들만 가지고 수십 차례 TDS를 측정해 보고 맛도 보았다. 전 매장에서 TDS(%) 6에서 8사이의 커피를 주로 만들고 있었고 관능적으로 맛있다고 판단이 되는 커피들은 TDS 6.5~7.5의 잔들이었다. 6.5 이하는 묽었고 7.5가 넘어가면 자극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리사르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커피의 TDS는 7 정도였다.

TDS가 7이라고 가정할 때, 적정 범위의 추출량(18~22g)으로 커피를 추출하면 공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수율이 구해진다. SCA에서 말했던 수율 20%가 실제로 적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징량(g)추출량(g)수율(%)
71818
72020
72222

결과들을 토대로 차트를 작성해 보았다. 리사르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에스프레소의 TDS는 6.5~7.5, 수율은 18~22이다. 수율이 너무 낮으면 과소 추출, 수율이 너무 높으면 과다 추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적정 수율이 나오더라도 추출량이 적고 농도가 높게 추출된다면 리스트레또, 추출량이 많고 농도가 낮다면 룽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차트는 리사르에서 사용하는 ‘하우스블랜드 다크’원두와 ‘인텐소’원두를 사용해서 측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원두와 추출 레시피가 달라진다면 차트의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는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접하게 되는 원두들의 배전도가 낮아지고 추출비도 달라지면서 여러 카페에서 흔히 더 높은 농도의 에스프레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카페마다의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만의 기준을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없으며 매장마다 정해진 기준에 맞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