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 주말 WOC(월드오브커피) 방문차 부산에 다녀왔다. 글로벌 커피박람회인 WOC가 아시아 최초로 부산에서 열린 만큼 부산은 세계적인 커피도시로 성장했다. 때문에 부산에 가면 여러 카페를 다녀오는데, 항상 방문하는 카페 중에 하나가 블랙업(Black Up)커피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인 블랙업은 10년 넘게 스페셜티커피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고, 지속적인 개발을 하고 세미나를 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생산하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부산에 놀러 가면 보통 서면을 자주 가기 때문에 본점인 서면점을 항상 방문하게 된다.
블랙업커피의 대표 메뉴인 해수염커피도 너무 추천하는 커피이지만, 서면점에 갔다면 시즌마다 바뀌는 시그니처 바(Signature Bar) 메뉴를 주문하는 걸 무조건 추천한다. 메뉴판에는 시그니처 바라는 메뉴 항목이 있고 시즌마다 바뀌는 최고급 스페셜티 싱글오리진과 이고 블렌드, 이고 시그니처가 있다. 5월 5일 방문했을 땐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와 NO.18 이고 블렌드를 주문할 수 있었다. 시그니처 바 메뉴를 주문하면 매장 한쪽에 있는 바에서 바리스타에게 직접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NO.18이라는 얘기는 18번째로 소개하는 블랙업커피의 이고(Ego)블렌드라는 의미이고 이번 블렌드의 이름은 ‘플로레스’이다. 이번에 WBC(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에 출전하는 페루 국가대표가 이 커피를 마시고 흰 꽃이 연상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항상 좋은 생두들을 고르고 엄선된 재료 안에 바리스타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녹여낸 메뉴를 만들어서 ‘바(Bar)’라는 공간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을 하는 것이 블랙업커피가 추구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자아’를 뜻하는 이고(Ego)라는 단어로 이름을 지은 것 같다.
이고 플로레스 필터와 이고 블렌드를 이용한 시그니처 메뉴 이렇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바리스타께서 메뉴를 만들 때 불러주신다. 바에 4개 정도 준비된 의자에 앉아있으면 눈앞에서 메뉴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고 플로레스는 페루 게이샤 2종이 블렌딩되어 정말 흰 꽃이 연상될 만큼 플로럴 하면서도 깨끗하고 동시에 오렌지향이 많이 느껴지는 커피였다. 날씨가 한동안 추웠다가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한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커피였다. 따뜻하게 먹든 아이스로 먹든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커피였다.
이고 시그니처는 플로레스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오렌지주스와 혼합하여 만든 메뉴였다. 커피와 주스를 섞어서 먹으니 커피에서 느껴지는 오렌지와 오렌지주스의 향이 합쳐지며 진하고 달달한 오렌지향이 느껴졌고, 감귤초콜렛을 먹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베이스가 주스이다 보니 바디감도 풍부하고 오렌지를 통째로 베어먹는 느낌이었다. 처음 먹을 땐 오렌지와 망고 같은 열대과일의 향의 풍부했지만 입에 머금고 있으면 뒤로 갈수록 베리 느낌의 단맛이 느껴졌고, 다 먹고 난 다음에도 진짜 오렌지를 몇 개 까먹고 난 것처럼 오렌지향이 입에 기분 좋게 오래 남아서 즐거웠다.
블랙업커피 서면점이나 모모스 영도점처럼 고객이 바리스타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며 제조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고, 함께 소통하며 바리스타와 손님이 모두 즐거워지게 만드는 카페를 참 좋아한다. 내가 먹는 이 한 잔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맛까지 있으니 추천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지점이 부산을 중심으로 여러 군데에 있으니 주변에 가실 일이 있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블랙업커피 서면본점
주소: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10번길 41
영업시간: 매일 오전10시~ 오후 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