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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왔다는 증거. 카페 그라니따

리사르를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메뉴는 단연코 에스프레소일 것이다. 그만큼 리사르는 대중들에게 에스프레소 전문점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혔고 많은 분들이 에스프레소에게 느끼는 매력의 시발점을 리사르라고 말씀해 주실 정도. 하지만 필자는 리사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마시고 싶은 메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주저 없이 카페 프루또를 고를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리사르의 슬러시 메뉴를 좋아해 주신다. 조금만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면 하나둘씩 슬러시 메뉴를 언제부터 판매할 계획인지 조심스레 질문을 해주신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슬러시 메뉴가 1년 내내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의견도 내어주실 정도이다. 고객들이 왜 리사르의 슬러시를 좋아하실지 생각해 본다면 제일 큰 이유는 슬러시를 취급하는 곳이 없어서가 아닐까? 아니면 리사르를 좋아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국민학교, 혹은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았던 슬러시의 향수를 느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움직이는 걸까? 어떤 이유이건 간에 리사르의 슬러시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것에 성공하였고 없어서는 안 될 메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리사르의 슬러시 판매가 벌써 이번주 금요일(24년 4월 26일)이면 시작한다. 리사르에게 다시 찾아온 여름을 뜨겁게 맞이하며 오늘은 리사르의 슬러시 메뉴에 대해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 카페 그라니따 caffè granita

그라니따(granita)는 시칠리아섬에서 유래되어 오는 얼음과자다. 당도가 너무 높지 않은 음료를 얼려 결정체를 많이 생기게 하고 그 결정체의 크기와 질감을 만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저어준다. 그러한 모습이 투명한 석영 결정이 박혀서 반짝이는 화강암(granite)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앞에서 얘기한 거처럼 다른 에스프레소 바에서 그라니따를 드셔본 분들은 얼음 알갱이가 씹혀서 그작 거리는 식감이 느껴지는 그라니따를 드셔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빨로 얼음 알갱이를 씹었을 때 느껴지는 소리와 식감의 청량감이 좋을 때도 있지만 필자처럼 이빨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이가 시린 느낌을 참을 수가 없다. 리사르의 카페 그라니따는 조금 더 부드러운 질감으로 씹지 않고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편.

리사르를 오래 방문하신 분들은 카페 그라니따가 얼마나 오래된 메뉴인지 아실 것이다. 2018년 약수 매장에서부터 시작한 메뉴이며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께서 좋아하시는 클래식한 커피 슬러시이다. 달콤한 에스프레소 슬러시에 무가당 크림이 들어가 너무 달진 않지만 달콤 쌉싸름한 것이 매력적인 커피. 우리가 고객들에게 설명할 때에는 저어서 드시거나 같이 떠서 드시는 법을 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카페 그라니따는 한 번에 저어준 다음 두 번에 나눠서 들이키시기를 권한다. 그렇게 드셨을 때에 느껴지는 진한 더위사냥의 맛과 시원함이 머속을 차갑게 만들어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나의 머리에 작은 휴식을 주는 느낌이다.

  • 카페 프루또 caffè frutto

프루또(frutto)는 과일이라는 뜻이다. 프루또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21년에 청담점이 생기면서부터. 당시에 대표님께서는 커피와는 반대되는 상큼하고 과일의 느낌이 가득한 슬러시를 만들고 싶어 하셨고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레몬 슬러시인 카페 프루또이다. 여담이지만 당시를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는 과일 슬러시를 만들 계획이 없으셨다고… 하지만 뒤에 소개해드리는 오렌지 슬러시를 만들게 됨으로써 프루또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메뉴는 두 개가 되었다는 해프닝…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카페 프루또는 바닥에 아주 약간만 깔려있는 카페 그라니따 위로 새하얀 레몬 슬러시가 가득 올라가 있는 메뉴이다. 필자는 고객들에게 설명드리기로는 절반까지는 그냥 드시고 그 후에는 잘 섞어 드시라고 권한다. 처음에 레몬 슬러시만 떠서 먹으면 아주 강렬한, 짜릿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상큼한 레몬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그 후에 커피가 섞이게 되면 약간은 중화된 산미가 커피와 만나면서 마치 내추럴 싱글빈에서 느껴지는 커피와 산미의 조화로움이랄까?

카페 프루또를 처음 경험하시게 된다면 강렬한 산미 때문에 거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카페 프루또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특히나 모든 커피를 드신 후에 마지막에 마시는 카페 프루또는 식사를 마친 식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웨이터 같은 느낌이랄까? 순백의 레몬 슬러시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 카페 리에토 caffè lieto

카페 리에토를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들어오는 당도 높은 오렌지 슬러시의 한 입은 입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무리까지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는다. 리에토(lieto) 이름 그대로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이 슬러시는 역사가 그렇게 깊지는 않다. 하지만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했던가? 짧은 역사에 오렌지 슬러시는 당당히 리사르의 메뉴판에 등장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리에토 또한 프로또처럼 절반까진 그냥 드시고 후에는 섞어서 드시길 권한다. 프루또와 같은 이유이지만 리에토는 그냥 음용하기엔 좀 단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단 느낌을 눌러주기 위해서 섞어드시라고 권하기도 한다. 리에토를 정말 좋아하신다면 커피 없는 리에토도 추천하는 편.

리사르의 슬러시는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대표님이 프루또에서 끝내려던 과일 슬러시가 리에토까지 나왔다면 현재 개발 중인 새로운 슬러시가 있다. 이름은 지어지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느낌으로 밀크 슬러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언제 고객들에서 선보이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좋은 퀄리티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리사르의 슬러시 한 잔으로 당신의 여름을 조금이나마 시원해지길 바라며.

Photo by. Leesar Jong-ro 노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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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의 새로운 굿즈 소개와 리뷰

지난주부터 새로운 굿즈들의 판매가 시작됐다. 총 다섯 가지의 새로운 굿즈를 리사르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전 매장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제품의 라인업이 너무나 신선하다. 리사르가 전하고자 하는 무한한 가치에 공감하며 같은 결을 가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손길과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품의 퀄리티가 높으면서도 리사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흔하게 접하는 카페의 굿즈들이라고 하면 커피와 밀접하게 연관돼있고 소비자 중심의 제품들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이번 리사르의 굿즈는 어떻게 보면 생산자 중심이다. 실제로 평소 대표님이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리사르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상징화했기 때문인데, 그래서 가장 실용적이며 가장 리사르 답다. 어떤 브랜드를 팔로우 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그 브랜드를 팔로우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가장 그 브랜드 다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사르를 오랫동안 애정 해주고 계시는, 우리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에겐 가장 실용적인 물건이 될 것이다.

사실 나 또한 리사르의 팬으로서 새로운 굿즈가 나온다고 할 때부터 내돈내산을 해서라도 다 가지고 싶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리사르의 전 직원들은 새로운 굿즈를 전부 받는 복지를 누리게 되었다. 받은 김에 실제 써보고 느낀 점을 작성해 보고자 한다.

1. 가죽 커버 노트

가죽제품을 만드는 ‘서브젝트(Subject)’에서 제작한 가죽으로 된 노트 커버. 작은 옥스포드 노트가 딱 맞게 들어가기 때문에 노트만 새로 바꾸면 계속 쓸 수 있다. 수시로 들고 다니면서 쓰기에 너무 좋은 이 노트 커버는 소가죽으로 제작되어 매끈하고 튼튼하고 고급스럽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노트는 처음 써봐서 가죽 냄새조차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함께 판매하고 있는 원목 무한 연필과 기타 피크가 딱 맞게 들어가서 시너지를 내도록 제작돼 있는 것이 맘에 든다.

가죽이 처음에는 너무 빳빳하기 때문에 잘 안 접히는 게 단점이지만 쓰면 쓸수록 용도에 맞게 변한다. 나와 세월의 흔적을 함께한다는 것이 가죽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드립용 주전자 손잡이에도 소가죽을 감아서 사용한다. 새것일 때도 멋있지만 사용할수록 더 멋있게 늙어가는 가죽처럼 나도 멋있게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2. 기타피크, 기타피크 가죽케이스 키홀더

대표님이 평소에 기타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만들어진 피크. 유니크한 제품을 만드는 ‘라뷔게르(La Vigueur, LVG)’에서 제작하였다. 뿔테를 만들 때 쓰이는 아세테이트를 사용하였고 유니크한 패턴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태까지 봐온 피크들과는 다르게, 그리고 vigueur라는 프랑스어에 맞게 강한 생명력을 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게임 속, 이글거리는 강력한 마법이 담긴 보석 아이템을 보는 느낌이다. 또한 제품마다 패턴이 다르다고 하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피크라고 볼 수 있다. 집에 기타가 없기 때문에 사용은 못 하겠지만 게임 속에서 장비에 보석을 박으면 효과가 생기듯이, 항상 노트에 껴놓고 다니면 노트를 펼 때마다 특별한 기운을 받을 것 같다. 피크에 나있는 구멍에 줄을 달아서 목걸이로 써도 좋을 것 같다.

키홀더가 달린 피크 케이스도 가죽으로 만들어져있어서 고급스러움을 준다. 기타를 치지 않기 때문에 피크를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고작 피크를 위한 가죽케이스가 있다는 게 멋있다.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크고 비싼 머신을 사용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에스프레소에 얼마나 진심이면 이렇게 크고 복잡한 기계들을 만들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피크 케이스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기타에 진심인 사람일 것이다. 무엇인가에 진심을 다한다는 것은 사치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3. 무한 원목 연필

어렸을 때 연필을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샤프를 쓰기 시작했다. 연필은 쓰다 보면 짧아지지만 샤프는 심만 줄어들 뿐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글씨를 쓸 때 샤프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가끔 연필을 쓸 때가 있었는데, 심만 바꾸면 되는 연필이 ‘나미브(Namib)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나와버렸다. 심지어 연필심은 탄소 아연 합금으로 만들어져있어서 아주 오랫동안 쓸 수 있다(게다가 가죽 뚜껑도 준다). 나미브 사막은 세계에서 유일한 해안사막이다.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인 바다와 사막이 한곳에 있는 것이다. 이 무한 연필은 나미브 사막처럼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영원함과 연필이라는 단어가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진 신기한 물건이다.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지는 써봐야 알겠지만, 글을 쓸 때 느껴지는 가볍고 튼튼한 나무의 쥐는 느낌과 무겁고 단단한 연필심의 느낌이 함께 들어서 사용감이 중독적이다. 앞으로 샤프와 일반 연필은 살 일이 없다.

원래 연필심은 흑연으로 만든다.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화학성분이 똑같다. 그저 결정구조가 달라서 흑연은 잘 부서지지만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 영원함과 유한함은 어찌 보면 공존할지도 모른다. 순간에 사라지는 에스프레소로 영원한 감동을 주고자 하는 리사르는 이 무한 연필과 비슷하다.

4. 성경

‘라스텔라(La Stella)’에서 제작. 예수님의 새벽 별을 뜻하는 라스텔라는 1982년부터 성경을 제작하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리사르에게 가장 어울리는 굿즈이고, 카페에서 성경을 판다는 것이 너무 새롭고 멋있다. 생각의 틀이 깨지는 느낌이다. 노트커버와 성경은 구매하면 파우치도 함께주기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더할나위 없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이라도 성경을 통해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을 느끼며 욕심을 버리고, 오히려 마음이 충만해 짐을 느끼며 걱정과 불안 앞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리사르는 어떤 제품을 통해서든 우리의 뜻을 전할 수만 있다면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언제나 뜻을 함께 할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