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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의 새로운 굿즈 소개와 리뷰

지난주부터 새로운 굿즈들의 판매가 시작됐다. 총 다섯 가지의 새로운 굿즈를 리사르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전 매장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제품의 라인업이 너무나 신선하다. 리사르가 전하고자 하는 무한한 가치에 공감하며 같은 결을 가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손길과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품의 퀄리티가 높으면서도 리사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흔하게 접하는 카페의 굿즈들이라고 하면 커피와 밀접하게 연관돼있고 소비자 중심의 제품들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이번 리사르의 굿즈는 어떻게 보면 생산자 중심이다. 실제로 평소 대표님이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리사르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상징화했기 때문인데, 그래서 가장 실용적이며 가장 리사르 답다. 어떤 브랜드를 팔로우 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그 브랜드를 팔로우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가장 그 브랜드 다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사르를 오랫동안 애정 해주고 계시는, 우리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에겐 가장 실용적인 물건이 될 것이다.

사실 나 또한 리사르의 팬으로서 새로운 굿즈가 나온다고 할 때부터 내돈내산을 해서라도 다 가지고 싶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리사르의 전 직원들은 새로운 굿즈를 전부 받는 복지를 누리게 되었다. 받은 김에 실제 써보고 느낀 점을 작성해 보고자 한다.

1. 가죽 커버 노트

가죽제품을 만드는 ‘서브젝트(Subject)’에서 제작한 가죽으로 된 노트 커버. 작은 옥스포드 노트가 딱 맞게 들어가기 때문에 노트만 새로 바꾸면 계속 쓸 수 있다. 수시로 들고 다니면서 쓰기에 너무 좋은 이 노트 커버는 소가죽으로 제작되어 매끈하고 튼튼하고 고급스럽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노트는 처음 써봐서 가죽 냄새조차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함께 판매하고 있는 원목 무한 연필과 기타 피크가 딱 맞게 들어가서 시너지를 내도록 제작돼 있는 것이 맘에 든다.

가죽이 처음에는 너무 빳빳하기 때문에 잘 안 접히는 게 단점이지만 쓰면 쓸수록 용도에 맞게 변한다. 나와 세월의 흔적을 함께한다는 것이 가죽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드립용 주전자 손잡이에도 소가죽을 감아서 사용한다. 새것일 때도 멋있지만 사용할수록 더 멋있게 늙어가는 가죽처럼 나도 멋있게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2. 기타피크, 기타피크 가죽케이스 키홀더

대표님이 평소에 기타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만들어진 피크. 유니크한 제품을 만드는 ‘라뷔게르(La Vigueur, LVG)’에서 제작하였다. 뿔테를 만들 때 쓰이는 아세테이트를 사용하였고 유니크한 패턴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태까지 봐온 피크들과는 다르게, 그리고 vigueur라는 프랑스어에 맞게 강한 생명력을 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게임 속, 이글거리는 강력한 마법이 담긴 보석 아이템을 보는 느낌이다. 또한 제품마다 패턴이 다르다고 하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피크라고 볼 수 있다. 집에 기타가 없기 때문에 사용은 못 하겠지만 게임 속에서 장비에 보석을 박으면 효과가 생기듯이, 항상 노트에 껴놓고 다니면 노트를 펼 때마다 특별한 기운을 받을 것 같다. 피크에 나있는 구멍에 줄을 달아서 목걸이로 써도 좋을 것 같다.

키홀더가 달린 피크 케이스도 가죽으로 만들어져있어서 고급스러움을 준다. 기타를 치지 않기 때문에 피크를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고작 피크를 위한 가죽케이스가 있다는 게 멋있다.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크고 비싼 머신을 사용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에스프레소에 얼마나 진심이면 이렇게 크고 복잡한 기계들을 만들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피크 케이스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기타에 진심인 사람일 것이다. 무엇인가에 진심을 다한다는 것은 사치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3. 무한 원목 연필

어렸을 때 연필을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샤프를 쓰기 시작했다. 연필은 쓰다 보면 짧아지지만 샤프는 심만 줄어들 뿐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글씨를 쓸 때 샤프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가끔 연필을 쓸 때가 있었는데, 심만 바꾸면 되는 연필이 ‘나미브(Namib)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나와버렸다. 심지어 연필심은 탄소 아연 합금으로 만들어져있어서 아주 오랫동안 쓸 수 있다(게다가 가죽 뚜껑도 준다). 나미브 사막은 세계에서 유일한 해안사막이다.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인 바다와 사막이 한곳에 있는 것이다. 이 무한 연필은 나미브 사막처럼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영원함과 연필이라는 단어가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진 신기한 물건이다.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지는 써봐야 알겠지만, 글을 쓸 때 느껴지는 가볍고 튼튼한 나무의 쥐는 느낌과 무겁고 단단한 연필심의 느낌이 함께 들어서 사용감이 중독적이다. 앞으로 샤프와 일반 연필은 살 일이 없다.

원래 연필심은 흑연으로 만든다.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화학성분이 똑같다. 그저 결정구조가 달라서 흑연은 잘 부서지지만 다이아몬드는 부서지지 않는다. 영원함과 유한함은 어찌 보면 공존할지도 모른다. 순간에 사라지는 에스프레소로 영원한 감동을 주고자 하는 리사르는 이 무한 연필과 비슷하다.

4. 성경

‘라스텔라(La Stella)’에서 제작. 예수님의 새벽 별을 뜻하는 라스텔라는 1982년부터 성경을 제작하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리사르에게 가장 어울리는 굿즈이고, 카페에서 성경을 판다는 것이 너무 새롭고 멋있다. 생각의 틀이 깨지는 느낌이다. 노트커버와 성경은 구매하면 파우치도 함께주기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더할나위 없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이라도 성경을 통해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을 느끼며 욕심을 버리고, 오히려 마음이 충만해 짐을 느끼며 걱정과 불안 앞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리사르는 어떤 제품을 통해서든 우리의 뜻을 전할 수만 있다면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언제나 뜻을 함께 할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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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카페투어 2편-coffee spot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커피 스팟. 상하이 스타벅스 로스터리와 가까웠기 때문에 스타벅스를 구경 후 걸어서 커피 스팟을 찾아갔다. 한적한 길거리를 걸으며 여기에 핫한 카페가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아파트 단지 같은 곳 옆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람들만 없었으면 아파트 경비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위치와 형태의 매장. 인터넷에 커피 스팟을 검색하면 한국인이 작성한 글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ops도 그랬지만 여기도 손님들 중 외국인이 한 명도 없는 로컬 카페였다. 중국 사람들은 자국의 앱을 통해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오는 듯했다. 매장 내부는 매우 협소하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테이크아웃을 하기보다는 기다렸다가 외부에 마련된 테라스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단 한 잔을 먹는 손님은 거의 없었고 주로 3잔의 커피가 세트로 나오는 메뉴를 즐기고 있었다. 여기는 1인 3잔이 국룰인가 보다.

ops와 마찬가지로 줄 서서 기다리며 메뉴판을 받고 선주문을 했다. 원두의 종류는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 두 가지 종류 중에 선택이 가능했고 원두별로 블랙, 밀크, 시그니처 이렇게 세 메뉴가 있었으며 올인원 세트로 구매할 경우 저렴하게 세 메뉴를 다 즐길 수 있었다. 무산소 발효보다는 워시드를 선택하고 싶어서 콜롬비아 치로소 올인원 세트로 주문했다. 가격은 88위안(한화 약 16,000원). 주문을 받은 직원분께서 (테라스는 만석이지만) 매장 내부에 머신 바로 뒤 좁은 바에 서서 드시면 지금 바로 드실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입장하였다.

위에 있는 사진 속 흰옷을 입은 남성분이 서계신 곳이 이용 가능한 유일한 바 자리이다. 매장 옆면엔 소품샵 느낌의 굿즈들이 있었다. 세 분의 바리스타가 손은 빠르지만 웃고 떠들며 즐거운 분위기로 음료를 제조하고 있었다. 한 분은 머신 앞에서 블랙과 밀크 메뉴 제조, 또 한 분은 시그니처 메뉴 제조, 나머지 한 분은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외국인임을 눈치채신 바리스타 분께서 메뉴를 서빙해 주시면서 영어로 메뉴 설명을 간단하게 해주었다. 커피의 컵노트를 말해주시고 나서, 블랙 밀크 시그니처 순으로 메뉴를 먹으면서 같은 커피이지만 다르게 표현되는 맛을 느껴보라는 얘기를 해주신 거 같다. 시그니처 메뉴 같은 경우엔 음료를 먼저 마신 후 호두를 먹으라고 설명해 주셨다.

사용된 커피는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우라오. 블랙은 허브향이 주로 나며 은은하게 녹차의 향이 났다. 식감 또한 굉장히 마일드하고 녹차를 마시는 것 같은 식감이었다. 뒷맛은 깔끔하고 식후에 먹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맛이었다. 블랙으로 마음을 안정시킨 후 바로 밀크를 마셨더니 달달한 크림치즈의 맛이 훅 들어왔다. 우유의 온도와 비율이 완벽하고 우유만 들어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단맛이 좋아서 꿀떡꿀떡 먹을 수 있는 음료의 느낌이었고 녹차 향은 더욱 깊어졌다.

시그니처 메뉴는 즉석제조가 아니라 미리 만들어놓은 베이스를 얼음에 부어서 제공되었는데, 허브와 차의 향이 강했다. 라벤더 티에 꿀과 커피를 섞은 것 같다. 질감은 실키하고 맛은 새콤달콤하면서도 믹스커피 같아서 너무 재밌었다. 메뉴를 즐기는 순서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앞의 두 메뉴는 입안에 남는 느낌이 깔끔하게 딱 떨어졌지만. 시그니처 메뉴는 맛이 아주 오랫동안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 향이 영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사라져갈 때쯤 호두정과를 먹으니 캬라멜팝콘을 먹은 것 같은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커피의 애프터를 다시 살리면서 지속되었다. ops에서 먹었던 차가운 메뉴와 느낌이 비슷했는데, 차와 커피가 섞인 이런 새콤달콤한 느낌의 커피를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ops보다 훨씬 좋았다.

커피를 먹는 동안 커피 제조과정을 구경하며 인상 깊었던 점이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에스프레소를 받을 때 잔 위에 포터필터의 바스켓을 올려놓고 추출을 한다는 점이었다. 추출된 커피에서 큰 입자들을 바스켓의 필터로 걸러서 더 부드러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두 번째는 오토 밀크 스티밍 머신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는데(사진 속 하얀 머신), 너무나도 빠르게 스팀 된 우유가 나오는 굉장히 편리한 머신이었다. 제공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맛도 굉장히 좋았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근처에 다른 카페에서도 같은 오토 스티밍 머신을 본적이 있어서 이 머신이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 바리스타에게 머신의 이름을 물어봤었는데 ‘Link Bar’라고 친절하게 종이에 써서 알려주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직원분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와 입안에 달달한 커피향을 머금고 즐겁게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 위치도 좋고 맛도 좋고 친절하기까지 하니(영어도 잘하고) 상하이에 여행을 간다면 가장 추천하는 카페로 커피 스팟을 꼽을 것이다.

Coffee spot
주소: 上海市静安区北京西路838弄4号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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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카페투어 1편-OPS cafe

지난주 휴가 때 상하이에 방문하였다. 상하이에 아는 카페라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뿐이었기 때문에 숙소 주변으로 카페를 검색해 보다가 3월 30일 몇몇 카페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먼저 중국의 매장 리뷰 앱에서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제치고 인기순위 1위를 한 매장이라고 하는 OPS에 찾아가 봤다. 핫하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핫할 줄은 몰랐다. 매장이 협소하고 좌석 없이 테이크아웃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왜인지 회전율이 매우 느렸다.

웨이팅을 하는 동안 직원 한 분이 나와서 더워진 날씨에 지쳐있는 손님들을 위해 얼음 물을 따라주며 주문을 미리 받아주었다. 메뉴는 총 5개이며 가격은 주로 55위안(약 만원 정도). 1번과 2번엔 술이 들어갔고 4번은 콜드브루가 들어가서, 술이 들어가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만든 메뉴인 3번과 5번으로 주문. 검색해 보니 OPS의 메뉴는 계절마다 완전히 새롭게 바뀌는데, 3개월마다 새로운 창작메뉴들을 만들어가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매장이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고 매장에 들어서자 회전율이 느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리스타 분들이 손님 바로 앞에서 메뉴를 설명해 주면서 제조하고 있었다. 내가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았는지 중국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정확히는 못 알아들었지만 눈앞에서 제조과정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모든 메뉴의 제조가 끝나면 계란 판 같은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아서 건내주는데, 많은 손님들이 음료를 매장간판 앞에 들고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메뉴 제조에 사용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산레모YOU.

두 개의 메뉴를 시켰는데, 첫 번째는 카투론 펀치. 카투라의 변종인 카투론 품종의 커피를 사용했다고 한다. 블러드 오렌지주스, 베르가못 차, 코코넛밀크가 섞인 베이스와 에스프레소를 혼합한 뒤 코코넛 가루로 마무리. 베이스는 채에 걸러 투명하고 요구르트 같은 촉감을 가졌다. 카카오 맛이 나는 커피와 깊고 은은한 차의 향, 과일의 향이 먼저 느껴지고 코코넛의 달콤함으로 마무리되는 복합적인 느낌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여름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코코넛을 사용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사실 순식간에 사라져버려서 양이 적은 게 너무 아쉬웠다.

두 번째 메뉴는 패딩턴. 무산소 발효된 에티오피아 내츄럴 커피를 사용했다. 씨솔트와 캐러멜, 시나몬이 들어간(아마도) 따듯한 우유 위에 초콜렛을 눈앞에서 갈아올려 마무리. 생각보다 달 지는 않았고 살짝 들어간 소금이 커피향과 코코넛 향을 은은하게 살려주었지만 그냥 핫초코를 먹는 느낌이었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번 메뉴는 겨울에 어울리는 메뉴였다(또한 영화 패딩턴의 곰돌이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메뉴가 더 맛있고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졌다.

나갈 때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상하이에서도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가 굉장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과 창작 음료들을 보며 생각의 틀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매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17년에 오픈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매장이었다. 항상 신선한 영감을 주는 새로운 시즌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덕분에 사람들이 항상 찾게 되는 것일까? 커피를 좋아하든 아니든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다면 상하이의 OPS에 방문해 보길 권해본다.

Ops cafe
주소: 上海市 徐汇区 太原路 177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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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의 2024 서울커피엑스포 콘테스트 결과와 리뷰

지난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2024 서울 커피엑스포가 진행되었다. 리사르 부스에서는 레바 콘테스트와 리사르X모닝캡슐머신 콘테스트라는 두 대회가 진행되었고, 이외에 에스프레소 시음행사와 상담을 진행하며 우리의 블렌드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두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23일 진행된 레바콘테스트는 라산마르코의 V6 레버머신을 사용하여 제한 시간인 30분 동안 에스프레소를 가장 많이 만드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이다. V6는 머신의 양쪽 면에 그룹이 달려있어 두 명의 바리스타가 양쪽에서 커피를 제조할 수 있는 특이한 머신이다. 이 머신을 기존에 라산마르코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에서 사진으로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보게 되니 훨씬 더 멋있고 웅장했다. 라산마르코만의 안전장치인 안티쇼크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 안전하게 머신을 다룰 수 있었고, 레버머신을 능숙하게 다루는 바리스타들의 모습과 몇백 잔의 커피를 쉬지 않고 내려도 온도가 유지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이 대회를 통해 라산마르코의 기술력과 레버머신만의 멋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대회를 우승한 1등에게는 라산마르코 1그룹 머신과 100주년 기념 잔세트,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우승은 리사르 청담점 점장님이신 김미강바리스타. 제출한 커피 232잔에 무효 잔 17잔을 제외하고 최종 215잔으로 1등을 차지하였다.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자가 당연히 유리할 것 같은 대회였지만 결과적으로 1등과 2등을 여자가 차지했다는 점은 주목받을 만하다. 2등과 3등은 각각 리사르 약수점과 명동점의 점장인 남서경 바리스타(199잔 기록)와 심모세 바리스타(198잔 기록)가 차지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마치 마라톤 하듯이 침착하게 본인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던 것 같고, 실제로 레버머신을 다뤄봤고 에스프레소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리사르의 직원들이 좋은 결과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회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더 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서 다양한 우승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현재 리사르 유튜브에서 대회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ydS8KkpEBnA)

24일에는 모닝 캡슐 콘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온도와 압력, 추출 시간 등의 변수들을 조절하여 레시피를 만들 수 있는 모닝 캡슐머신을 사용하여 제한 시간 동안 본인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사람이 우승하는 토너먼트 대회이다. 캡슐은 리사르에서 제작한 캡슐을 사용했다. 캡슐커피이기 때문에 어떻게 내려도 맛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심사해 보니 선수들마다 맛이 너무 다르고 개성이 드러나서 너무 재미있었고 어려운 심사였다.

우승자는 약수점 매니저 박보은 바리스타. 3번의 라운드 내내 커피가 가진 본연의 맛을 잘 살리면서도 밸런스가 완벽했다. 우승 상품으로 모닝 캡슐머신이 주어졌고 대회에서 사용한 본인의 레시피가 모닝 어플에 정식으로 등록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리사르에서 처음으로 엑스포에 참여하고 이탈리아의 대회를 한국 최초로 열다 보니 준비과정에서 다 같이 어려움도 많았고 많은 기도를 했는데, 우리의 믿음에 보답하듯 성황리에 마무리되어 너무 다행이었다. 특히 통관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V6가 제때 도착하여 행사가 무사히 진행된 기적에 감사한다. 머신을 가운데에 두고 원형으로 만들어진 부스는 대회 준비 때문에 만들어진 형태였지만 에스프레소 바의 형태를 재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제공할 수 있었으며, 식기세척기를 설치하고 일회용 잔이 아닌 에스프레소 잔에 모든 커피를 제공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전문성과 진심이 느껴졌을 것이라 믿는다. 상품을 판매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수익은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전달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리사르에서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만족스럽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엑스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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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저트 ‘피치카티(Pizzicati)’

피티카토(Pizzicato)는 현악기를 연주할 때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연주하는 방식을 뜻한다. 피치카토의 복수형인 피치카티는 영어로 핀치 쿠키(Pinch Cookie)이며, 쿠키 안에 잼이 들어가 은은한 단맛을 가진 이탈리안 수제쿠키이다. 반죽을 현악기 연주하듯이 손으로 꼬집어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리사르의 베이킹 생산부에서 이탈리아의 정통 레시피를 가져오면서도 리사르의 커피와 더욱 어울리게 변형된 디저트를 기획하였고, 단순한 잼 쿠키가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과 이탈리아의 섬세함을 동시에 담은 쿠키인 피치카티가 3월 14일 출시되었다. 정통 레시피보다 설탕을 더 넣고, 옥수수 전분 대신 박력분을 넣어 좀 더 가벼우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주었다. 현재 각각 딸기잼과 살구잼이 들어간 두 종류의 피치카티를 전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광스럽게도 출시 전에 맛을 보았다. 비주얼만 보자면 잼이 들어가는 특정 유명 과자가 생각나지만 식감은 더욱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새콤달콤해서 매력적이다, 과하게 달지 않아서 어떤 커피와도(심지어 달달한 메뉴와도) 잘 어울린다. 사이즈가 작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면서도 커피와 완벽하게 조화되는 느낌이 든다. 인기가 많아져서 더 다양한 종류의 잼(특히 무화과)이 들어간 피치카티가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매장 방문 시 커피와 피치카티를 함께 즐기며 기존에 판매하던 쿠키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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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 에스프레소 컨트롤 차트

리사르에 교육을 맡게 된 지도 약 4개월이 지났다. 작년 12월 오픈한 종로점 포함 매장이 네 개가 되면서, 그동안 가장 신경 써온 점은 매장 간 에스프레소 맛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매장 간의 맛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직원분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QC를 진행해 왔는데, 보다 정확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위해 각 매장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정량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볼 필요성이 생겼다. 커피를 추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론은 추출 수율과 TDS인데, 며칠간 매장 점검을 하면서 리사르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프레소의 수율과 TDS를 측정해 보고 결과를 차트로 작성해 봤다.

우선 수율과 TDS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보자면, 수율은 사용한 원두에서 성분을 얼마나 추출해 냈는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수율이 낮으면 커피는 묽고 신맛이 많이 날 수 있고 반대로 수율이 너무 높다면 커피에서 쓴맛이나 떫은맛 같은 부정적인 맛들이 날 확률이 높다. 그래서 SCA에서 만들었던 ‘브루잉 컨트롤 차트’자료를 보면 적정 수율이 20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사용한 원두에서 추출수를 통해 20퍼센트 정도의 성분만 추출해 낸다면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얘기이다.

TDS(Total Dissolved Solid)란 액체 속에 녹아있는 고형분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농도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TDS 측정기를 통해 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측정에 사용한 도구는 ‘디플루이드 R2 Extract’이다. 커피의 재료는 원두와 물뿐이므로 (물속에도 고형분이 녹아 있기 때문에) 사용된 추출수로 영점을 잡고 측정기로 측정을 하면 커피 안에 녹아있는 커피 성분들의 비율을 알 수 있다.

사용된 원두량(g)에 수율(%)을 곱하면 커피 안에 녹아있는 성분의 양(g)이 나오고, 이는 전체 커피 양(g)에 TDS(%)를 곱한 값과 같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수식이 나온다. 사용 한 커피의 양(도징량)과 추출된 커피의 무게와 TDS를 알면 수율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리사르에서는 약 7g의 원두를 사용하여 20g의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레시피를 사용하고 있다. 적정 범위의 추출량과 적정 시간(30초 내외)으로 추출된 평가 기준을 통과하는 커피들만 가지고 수십 차례 TDS를 측정해 보고 맛도 보았다. 전 매장에서 TDS(%) 6에서 8사이의 커피를 주로 만들고 있었고 관능적으로 맛있다고 판단이 되는 커피들은 TDS 6.5~7.5의 잔들이었다. 6.5 이하는 묽었고 7.5가 넘어가면 자극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리사르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커피의 TDS는 7 정도였다.

TDS가 7이라고 가정할 때, 적정 범위의 추출량(18~22g)으로 커피를 추출하면 공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수율이 구해진다. SCA에서 말했던 수율 20%가 실제로 적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징량(g)추출량(g)수율(%)
71818
72020
72222

결과들을 토대로 차트를 작성해 보았다. 리사르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에스프레소의 TDS는 6.5~7.5, 수율은 18~22이다. 수율이 너무 낮으면 과소 추출, 수율이 너무 높으면 과다 추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적정 수율이 나오더라도 추출량이 적고 농도가 높게 추출된다면 리스트레또, 추출량이 많고 농도가 낮다면 룽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차트는 리사르에서 사용하는 ‘하우스블랜드 다크’원두와 ‘인텐소’원두를 사용해서 측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원두와 추출 레시피가 달라진다면 차트의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는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접하게 되는 원두들의 배전도가 낮아지고 추출비도 달라지면서 여러 카페에서 흔히 더 높은 농도의 에스프레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카페마다의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만의 기준을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없으며 매장마다 정해진 기준에 맞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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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캡슐머신으로 즐기는 리사르

1970년대 네슬레는 포터필터에 커피를 담아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과정을 간편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오리지널 네스프레소 캡슐과 캡슐 머신을 개발했다. 보급률이 높았던 네스프레소 캡슐의 특허가 풀리자 많은 업체에서 네스프레소 호환캡슐을 만들기 시작했다. 네스프레소 머신에 호환되는 캡슐 뿐만 아니라 네스프레소 캡슐이 호환되는 캡슐머신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모닝’이다.

최초의 하이앤드 캡슐머신 모닝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최고의 스페셜티커피를 캡슐커피로 즐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의 캡슐머신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기능들이 내장되어 있는데, 물온도와 추출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가변압 기능이 들어가는 신세대 에스프레소머신들처럼 추출하는 도중 압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프리인퓨전 기능과 바이패스(커피와 온수를 따로 추출하는)기능이 들어가 있어 캡슐커피로도 더욱 폭넓은 맛을 구현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mcp코퍼레이션에서 공식수입 하고 있고 국내 유명 로스터(현재 15개 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파트너 관계에 있는 로스터들은 캡슐커피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으며, 모닝공식어플 ‘DrinkMorning APP’을 통해 그들의 레시피를 머신에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리사르에서도 그동안 네스프레소 캡슐을 주문제작 해왔다. 그리고 작년 5월부터는 자체 캡슐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캡슐커피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갓 볶은 원두를 직접 포장함으로서 캡슐을 통해서도 리사르의 원두를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다양하고 우리의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패키지로 캡슐을 생산할 수 있었다. 나아가 타사 로스터들의 브랜딩에 맞게 보유한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 분쇄부터 포장패키지까지 맞춤 캡슐 제작을 하고 있다.(https://leesarcoffee.com/capsule/)

다가오는 2024년 서울커피엑스포 리사르부스에서 3월 23일 라산마르코와 협업하여 치뤄지는 레바콘테스트에 이어, 24일에는 mcp코퍼레이션과 협업하에 모닝캡슐머신으로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캡슐 콘테스트’도 진행된다. 작년 7월 리사르 명동점에서 열린 캡슐 콘테스트(캡슐 쓰로우다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캡슐 대회이며 상품은 작년과 동일한 모닝 캡슐머신이다. 이 대회가 리사르의 커피를 즐기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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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투어-서촌 포 인텔리젠시아

2월 23일, 드디어 인텔리젠시아커피가 한국에 오픈했다.

1995년 시카고에 오픈한 인텔리젠시아는 좋은 생두를 직접거래(DirectTrade)하며 농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생두가 가진 고유한 맛을 살리기 위해 라이트 로스팅과 새로운 방식의 추출법들을 시도하여 새로운 흐름을 만든, 스페셜티커피의 선구자이자 많은 스페셜티 카페들의 롤모델이다. 과거에 찬스브로스나 판교 이스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텔리젠시아의 원두를 이제는 서촌에서 만날 수 있다. 서촌 포 인텔리젠시아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오픈하는 직영점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위상을느낄 수 있었다.

28일 방문했을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앞에 긴 웨이팅이 있었다. 매장 외관을 보는 순간 왜 서촌이라는 지역을 선택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한옥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건물은 한국의 전통적인 미와 세련됨이 공존하며 서촌이라는 지역과 잘 융화되어 있었다. 이전에 한정식집이 있던 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벽을 뚫고 창을 만들어 개방감을 높였으며 벽돌과 처마물받이마저 브랜드의 색과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매장 외부에서 대기 후 입장하면 매장 내부에서 주문을 하기 위한 줄을 다시 서게 된다. 웨이팅을 잘 관리하는 직원분이 계신 덕분에 매장 내부는 사람이 붐비지 않아 쾌적하게 이용 가능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좋았던 것은 천장이었다. 한옥의 지붕에 유리천장을 만듦으로서 자연광이 매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바로 아래에서 커피를 만드는 직원들은 마치 무대위에서 조명을 받고있는 주인공 같았다. 여름에는 일조량이 많아 더울 것 같긴하지만 바리스타분들이 햇빛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고 높은 하늘을 보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아보였다. 이 바리스타의 근무공간이 바로 한옥의 마당이 위치한 자리이기 때문에 바닥에 높이차가 생긴걸 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커피를 먹는공간과 주문을 하는 공간, MD상품진열대를 보는 공간이 분리되어 보여서 좋았다. 분리된 공간 덕분에 MD상품과 원두를 마음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원두는 약320g단위로만 판매하는 것 같았다.

바리스타의 손목을 위한 라마르조꼬 KB90과 자동탬퍼를 사용하고 있었고, 브루잉은 푸어오버의 상징같은 하리오V60 드리퍼, 펠로우EKG, 말코닉EK43그라인더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촌에서만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인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해 사용하는 플레어58이었다. 채널링을 줄이고 균일한 추출을 위해 바늘이 9개정도 달린 WDT툴과 퍽스크린을 사용하고 있었다. 수동 머신인 플레어를 써서 긴 시간동안 굵은 분쇄도의 커피를 낮은 압력으로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 같았고 과거에 6바로 커피를 추출하던 ‘터보 샷’이 연상되었다.

네모난 바 안의 5~6명의 바리스타분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급하지 않게 한잔한잔 정성을 더해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매장이 넓음에도 회전률이 빠르진 않았지만(외부에서 30분 이상 대기 이후 내부에서 커피를 받기까지도 20분 이상 소요되었다) 모든 손님과 모든 커피에 집중하여 맛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긍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주문받는 직원분께 메뉴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굉장히 많은 종류의 원두를 다루고 있음에도 주문이 어렵지 않게 해주었다.

주문한 커피는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5800), 아메리카노(5500), 브루잉(7000, 시즈널 블랜드 ‘Borealis Blend’선택)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둘 다 블랙켓 클래식 원두를 선택했는데, 둘 다 쓴맛이 없고 초콜렛향과 단맛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알터네이트 에스프레소가 더 진득하고 고농도였지만, 저압으로 추출해서 그런지 산미가 더 강하고 단 향이 풍부했다. 첫맛은 자두같고 먹고 난 후에는 다크초콜렛이 입안에 남아있는 느낌이다. 브루잉은 농도가 묽었지만 역시 과일향과 단 향이 풍부하게 나고 먹기 편해서 꽃차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같이 시킨 초코휘낭시에와 잘어울렸고 식어도 맛있었다. 모든 메뉴가 전체적으로 단맛이 좋으면서 과함이 없어 깔끔하다. 언제나 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커피들이다.

생두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는 서비스와 그 커피의 맛은 높은 만족감을 주었다. 앞으로 매장이 더 늘어나더라도 그 매장이 서촌점 처럼 지역과 잘 융화되면서도 인텔리젠시아의 정체성을 잘 지닌 매장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쯤이 될지 모르겠지만 웨이팅이 좀 짧아져서 자주 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텔리젠시아 커피 서촌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34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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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커피엑스포’리사르 이탈리아와 레바 콘테스트 최초 개최

오는 2024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Coex) 진행되는 서울커피엑스포에서 한국 최초로 이탈리아 레바 콘테스트가 리사르커피 부스에서 진행된다(대회 본선은 23일 토요일 예정).

레바 콘테스트(Leva Contest)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탈리아 나폴리의 커피문화(특히 나폴리의 에스프레소는 레버로 추출을 한다는 것)를 전파하기 위해 마스터 나폴리 에스프레소 협회(Maestri dell’Espresso Napoletano)에 의해 2019년 탄생했으며, 협회장이자 콘테스트 창시자인 프란체스코 코스탄조(Francesco Costanzo)는 라산마르코(La San Marco)의 홍보대사 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레버머신 제조로 유명한 브랜드 라산마르코가 공식 파트너이며, 라산마르코의 레버머신으로 대회가 진행된다. (Associazione Maestri dell’Espresso Napoletano Leva Contest 공식홈페이지)

리사르는 예전부터 라산마르코의 레버머신을 써왔고, 레바콘테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나폴리식 커피를 해오던 우리가 이 대회를 주최하게 된다면 국내에 레버머신을 알리면서 나폴리에 영향을 받은 우리의 커피를 소개하고 우리처럼 이탈리아의 커피를 알리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대회를 위해 처음에는 라산마르코머신의 국내 공식수입사에 연락을 드렸으나 답을 듣지 못해서 이탈리아 라산마르코 본사에 직접 연락을 드렸고, 화상 미팅이 성사됐다. 외국브랜드와의 협업은 처음 해보는 시도여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탈리아쪽에서 너무 호의적이셨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미 작년에 이탈리아 이외의 국가인 태국과 중국에서 대회가 열린 사례가 있었고, 이번에는 한국을 통해 나폴리 커피의 전문성을 보이고 싶어 했다.

전통적으로 대회는 레버머신을 사용하여 한 시간 동안 품질이 기준 미달인 커피를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에스프레소를 제조했는가로 우승팀(2인1팀)을 결정하는 레바콘테스트 스피드와 맛을 평가하는 레바 센서리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번에 진행되는 2024 서울 레바콘테스트는 부스의 규모를 고려하여 기존의 2명이 한 팀으로 참가하는 형식이 아닌 1대 1방식으로 3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에스프레소를 만드는지 겨루는 페이스 투 페이스 방식으로 진행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라산마르코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 작고 정사각형인 부스의 규모와 형태를 고려해 국내에선 보기 힘든 라산마르코V6(무려 머신 앞뒤로 레버가 3개씩 달린 6그룹 짜리 머신)를 부스의 가운데에 배치하고 두 명의 참가자가 머신 한 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서서 경기를 하는 방식이다. 추가로 대회에 필요한 그라인더와 잔들, 대회 우승 상품까지 라산마르코 측에서 지원을 해준 덕분에 대회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이 행사를 함으로서 얼마나 주목 받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사가 잘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커피씬에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리사르도 앞으로 더 새로운 도전들과 새로운 이벤트들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 본다.

사진출저 https://www.boncafe.co.th/en/new-record-fastest-premium-shot-extraction-in-thailand-set-leva-contest-speed-thailand-2023/

이탈리아 최대의 디저트 산업 박람회 SIGEP 2024에서 열렸던 레바콘테스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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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소개-카페 스트라파짜토(caffé strapazzato)

리사르커피의 메뉴 중에 카페 스트라파짜토라는 메뉴가 있다. 오늘은 이름도 어려워서 신입직원분들이 발음연습을 하게 만든다는 이 메뉴, 스트라파짜토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전 약수점 메뉴판을 참고하여 메뉴를 봤더니 “크레마와 카카오 토핑으로 코팅된 나폴리식 에스프레소”라고 설명되어 있다. 가격은 2천원(청담점만 2천500원). 일을 하다 보면 커피에 크림이 들어가는 피에노와 스트라파짜토의 차이에 대해 여쭤보시는 손님분들이 많은데, 크레마(crema)가 그 자체로 크림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스트라파짜토에 사용되는 크레마는 에스프레소 추출 시 함께 나오는 비수용성 물질들이 포함된 거품형태의 성분들을 의미한다. 크레마는 가볍기 때문에 에스프레소가 완성이 되면 커피 액체 위에 두껍고 조밀하게 올라가게 되는데, 스푼 뒷면으로 살짝 찍어서 잔의 입부분에 두텁게 바른 뒤 카카오파우더를 위에 뿌려주면 스트라파짜토가 완성이 된다.
주문 시 설탕을 빼 달라고 미리 요청하지 않으시면 기본 에스프레소와 마찬가지로 설탕을 미리 넣어서 제공해 드리는데, 스푼으로 저어서 마시면 초콜릿 향이 가득한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메뉴가 나폴리식일까?

나폴리에서는 잔의 온도가 커피의 맛과 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커피가 추출되어 나오는 온도와 잔의 온도가 같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잔들을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올려놓는 것 보다 더 뜨겁게)사용한다. 이렇게 뜨거운 잔을 입에 바로 갖다 댄다면, 입술이 델 것이다. 때문에 잔의 가장자리를 식혀주기 위해 고안된 메뉴가 스트라파짜토이다.
나폴리를 대표하는 카페 감브리누스에선 스트라파짜토를 만들 때 에스프레소에 미리 만들어 놓은 커피크림(커피에 설탕을 넣고 섞어놓은 것)과 코코아가루를 넣고 스푼으로 빠르게 휘젓고 잔 가장자리에 커피크림을 두껍게 바른 뒤, 코코아 파우더를 한번 더 뿌려 손님에게 제공한다. 참고영상
스트라파짜토라는 단어는 위의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스푼으로 빠르게 휘젓는 것을 의미한다.(이탈리아어 strapazzato는 영어로 하면 scrambled이다.) 감브리누스에는 또 다른 대표메뉴로서 스트라파짜토의 한 가운데에 크림을 부어서 제공하는 메뉴인 “카페 제제(caffé gegé)”도 있다.

리사르커피에선 이 나폴리 스타일의 맛있고 멋있는 커피를 많은 분들께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 스트라파짜토를 판매하고 있다. 감브리누스처럼 설탕을 미리 저어서 제공해 드리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만의 스타일로 또 한번 각색한 이 메뉴를 꼭 즐겨보셨으면 한다.